10월의 도서관 영화 상영작

‘이주봉 교수’의 영화 읽기

 2012년 2학기 도서관 영화 상영 10월에 군산대 가족과 함께 할 영화는 우리 시대 위대한 형제 감독들의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뽐내면서도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한 작가 감독인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와 그 반대편 대륙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가 바로 그들입니다.

 ◧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 True Grit>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 True Grit>는 최근에는 보기 쉽지 않은 서부극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코엔 형제는 <파고>로 단번에 세계영화계에 그 이름을 알리고, 몇 년 전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휩쓸더니, 이제는 <더 브레이브>로 관객들에게서까지도 환호를 받았습니다. <더 브레이브>는 역대 서부극 흥행 2위에 해당하고, 코엔형제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코엔형제의 숨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그 줄거리를 떠올려 본다면 뭐,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살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고 이를 수행하는 열네 살 어린, 그렇지만 옹골차고 고집스런 딸 매티의 여정이 전통적인 복수극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 아닐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코엔 형제가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그 이야기가 갖는 참신함에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들의 캐릭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코엔 형제를 세계영화사의 한 자리에 올려준 작품인 <파고>가 이를 웅변합니다. 우리는 우스꽝스럽지만 자신의 임무를 날카롭게 수행하는 <파고>의 임산부 보안관 마지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폭력과 유머가 엇갈리는 코엔 영화의 특징은 <더 브레이브>에서도 여전한 매력을 뽐냅니다. 와일드 스크린의 압도적인 영상과 사실적이고 진지한 장면들이 계속되는 와중에 어이없이 보이는 상황이 만드는 헛웃음과 돌발적인 폭력성(선혈이 낭자한 그런 것이 아니지만 여운을 길게 남기는 섬뜩함을 지닌 폭력성)은 <더 브레이브>의 영화적 풍성함을 안겨줄 것입니다. 액션 영화 본-시리즈로 유명한 맷데이먼의 연기 변신 또한 볼거리이기도 합니다.

 ◧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

 10월의 두 번째 영화는 <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 시대의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의 2011년 영화로 제 6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와 함께 다르덴 형제는 벌써 다섯 번을 칸 영화제에서 수상(초청이 아니라 수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르덴 형제는 2005년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모든 영화가 누구에게나 다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영화가 다섯 차례나 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들 영화가 우리 시대의 이목을 끄는 영화적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는 사실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탄 소년>는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 사람들의 희망과 구원을 이야기합니다. 이번에도 11세 고아소년 시릴의 운명과 위탁모 사만다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 시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 또한 전작들처럼 우리에게 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밀착하여 그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주인공 소년 시릴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으며 카메라 팬하고 또 핸드핼드로 함께 달립니다. 다르덴 형제는 짧은 장면 하나로, 혹은 말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달리는 시릴의 모습 속에서 현실의 처절한 슬픔을 우리 관객에게 이입시키는 재주를 다시 한 번 이 영화에서 보여줍니다. 아빠에게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빠를 향한 그칠 줄 모르는 집착을 보이는 11살 소년 시릴의 아픈 현실과 시릴을 만나 다독여 주는 위탁모 사만다의 위로와 애정이 교차하는 <자전거 탄 소년>은 우리에게 우리네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11세 소년 시릴이 보여주는 아빠를 향한 사랑과 집착은 가족을 향한 동경일 것이고, 시릴과 사만다의 만남은 어쩌면 우리 시대 외로운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제시하는지도 모릅니다. 다르덴 형제는 <자전거 탄 소년>에서 다시 한 번 영화 속 주인공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 관객을 영화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긴장시키고 또 감동을 안겨줍니다. 그렇다고 다르덴 형제가 신파성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아닙니다. 다르덴 형제는 우리 시대 현실을 스크린에 그대로 담아내는 사실주의자로 유명하니까요. (미디어문화학과, 이주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