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내며

노벨상에 대한 단상

매년 10월이면 세계는 저 북구 끝에 위치한 두 나라,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바라본다. 눈치 빠른 이는 벌써 알아챘겠지만, 그곳에서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제정한 상 노벨상 수상자들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매년 고개 들어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귀를 모으지만, 거의 매번 깊은 탄식만을 되뇌일 뿐이다. 그리고 올해도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였다. 요 몇 년 사이 군산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군산의 제왕’이라는 고은 선생이 노벨문학상의 가시권에 들어 있다는 기대 때문에, 그런 터에 중국의 작가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올해의  탄식의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려온 느낌이었다.

이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왜 우리는 아직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는 주어지는 노벨평화상 말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여러 진단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많은 경우 순수과학에 대한 인색한 관심이 도마에 오르고 그 영역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를 촉구하는 결론들로 마무리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도 물론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마치 데자뷰 현상을 보는 것처럼 매년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물론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이러한 진단이 사태의 본질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세계의 주요 경제국 중 아마 우리나라만큼 순수과학이나 인문과학 등을 홀대하는 나라도 드물 터이다. 수많은 나라들이 기초과학 쪽에 대대적인 투자를 거듭하며 그를 통해 신기술과 신개념의 발명들을 쏟아내고 있다면, 우리의 경우는 아직도 눈앞의 이익에 모든 관심을 쏟아붓고 있고 그 결과 기초과학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보다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 전반이 너무 노벨상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앞서 말했듯 노벨상은 노벨상을 받고자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다. 한데, 우리는 매년 노벨상을 왜 못 받는가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왜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을 받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노벨상을 받으면 국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은 아닐 것이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우리가 노벨상을 기원하는 것은 그것이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하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하는 사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어떻게 하면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가이다. 아마도 그것은 인류 복지에 필요한 새로운 사물의 원리를 밝혀내거나 보다 인간다운 경제질서를 구현할 방법을 찾아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위대한 문학을 완성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고? 그렇다면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진단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물을 수 있다. 물론 같은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하’기 위해 기초과학에 몰두해야 한다. 이런 목적을 가져야만 기초과학에 과감한 투자를 행할 수 있다. ‘노벨상 정도(?)를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어느 누구도 기초과학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도 없고, 그런 정신으로는 어떤 성과를 내기도 힘들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 노벨상을 포기하자. 대신 우리 모두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그런 나라를 만들자! 정말, 그러자!

2012년 11월

도서관장 유  보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