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추천

‘도서관 추천’ 이달의 황룡필독서

송성욱 옮김, 『춘향전』, 민음사

<춘향전>은 우리 고전문학을 대표한다. <춘향전>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고 할 정도이다. 그 정도로 <춘향전>은 이미 가치 평가가 끝나 불후의 고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1세기 전의 언어로 된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동화로, 이야기로, 줄거리로, 혹은 영화나 드라마로 <춘향전>을 접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인 <춘향전>은 오히려 무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춘향전>처럼 판소리로 불려지다가 소설로 정착된 작품들은 특별히 ‘판소리계 소설’이라고 한다. ‘판소리계 소설’들은 애초에 설화로부터 시작해서, 판소리로 그리고 소설로 발전되었다. 전반적인 발전 과정은 그렇지만, 나중에는 판소리와 소설이 병행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판소리를 독서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소설이 만들어졌는데,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고, 고쳐지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였다. 판소리는 또 이렇게 바뀌고 고쳐진 내용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수많은 이본이 만들어졌다.

<춘향전>과 같이 작자가 없는 소설들은 다 필사본으로 유통되었다. 곧 보고 베껴서 책으로 만들어 유통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렇게 해서 생긴 필사본 이본들은 수백 종이 넘기도 한다. 이 중에서 인기가 있었던 작품들은 인쇄업자에 의해 목판으로 인쇄되기도 했다. <춘향전>은 원체 인기가 있어서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인쇄되었다. 이렇게 목판으로 인쇄된 작품들을 나무판에다가 도장 파듯이 새겨 찍어냈다고 해서 ‘목판본’ 또는 ‘판각본’이라고 한다. 또 이들은 방(坊. 동네)에서 새겼다고 해서 ‘방각본’이라고도 한다. 방각본은 서울, 안성, 전주 등에서 출판되었는데, 서울에서 출판된 책들을 ‘경판(본)’, 경기도 안성에서 출판된 것들을 ‘안성판’, 전주에서 출판된 것들을 ‘완판본’이라고 부른다. 경판과 안성판은 비슷하지만, 완판과 경판은 내용이나 표현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또 사용한 글자의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 글자만 보고서도 쉽게 구분된다.

방각본은 여러 차례 여러 곳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출판된 곳과 ‘몇 장짜리 책’이라는 뜻으로 ‘～장본’이라는 말을 합쳐 부른다. 곧 ‘경판 30장본’, ‘완판 84장본’이라고 한다. 페이지를 가리키는 ‘쪽’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사용하는 것은 옛날 인쇄에 사용되었던 한지가 얇아 한 면에 인쇄를 하면 뒷면에는 앞면의 글자가 비쳐 인쇄를 할 수 없어, 두 페이지를 한 장에 인쇄하여 가운데를 접어서 책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옛 책에서 한 장은 두 페이지에 해당된다.

<춘향전>의 이본은 크게 완판과 경판으로 나누는데, 완판은 보다 더 판소리에 가깝고, 경판은 독서본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그러기 때문에 완판의 문체는 구어체에 가깝고, 경판의 문체는 문어체에 가깝다. <춘향전> 중에서 완판을 대표하는 이본은 ‘84장본’이고, 경판을 대표하는 이본은 ‘30장본’이다. 특히 완판 84장본 춘향전은 책의 제목이 <열녀춘향수절가>로 되어 있는데, 이는 <춘향전> 이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는 앞 부분에 춘향의 출생 내력을 소상하게 밝히고 있는 점이 경판 30장본 <춘향전>과 다른 점이다. 또 완판에서는 춘향이가 기생이 아니라는 데 중점을 두어 서술을 하고 있는 반면에 경판에서는 춘향이가 기생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이도령이 춘향을 대하는 태도나 인연을 맺는 과정이 달라진다. 물론 이후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책에는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 30장본 <춘향전> 두 편이 실려 있다. 원문대로 실은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낯선 고어를 현대어로 고치고, 현대 문법에 맞게 문장을 고쳐서 실었다. 거의 번역 수준에 가깝게 고쳤지만, 내용은 전혀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원본이나 마찬가지다. 책의 뒷 부분에는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 원본을 영인하여 실었다. 그래서 원본을 읽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원본의 맛을 느낄 수 있다.(최동현, 군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