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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해양생물공학과 교수)
나관중의 『삼국지』 내가 생물학을 전공하고 어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 시절 만난 지도교수의 영향과 또 한가지 어린 시절 읽었던 과학서적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파브르곤충기』와 『해저2만리』이고, 어린 시절 흥미 있게 읽었던 책들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생물학과를 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학시절에 읽었던 『삼국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독서는 내게 삶의 풍요로움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음이 분명하다. 삼국지는 중국 특유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제갈공명을 중심으로 많은 등장인물들의 활동과 대화에서 오가는 내용을 통해 지혜와 신의, 그리고 반복되는 감동을 전해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만 1천만권 이상이 팔린 『삼국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의외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마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과 사회구조가 그 원인으로 생각된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말라”고 할 만큼 지혜와 화술, 신의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이며, 특히 요즘 우리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고사성어들이 『삼국지』에서 비롯되었다. ‘삼고초려’ ‘난공불락’ ‘권토중래’ ‘과불유급’ ‘군계일학’ 등. 또 제갈공명이 남안(현재의 베트남)의 장수 맹획을 입곱 번 잡았다 일곱 번 놓아주는 관용을 베풀어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남안을 중국의 영토로 편입시키는 ‘칠종칠금’을 비롯해 위, 오, 촉 삼국의 힘겨루기 과정을 통해서 요즘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주는 내용들이 시종일관 전개된다. 올 가을엔 영상물이 아닌 동아시아 최대의 고서 『삼국지』에 빠져들어 자연의 조화를 이용해 중원을 제압하는 제갈공명, 그리고 유비, 조조, 손권 등 중원을 호령하던 영웅호걸들과 만나 삶의 지혜를 터득하기를 권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