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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선(법학과 교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15권으로 양적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1200여년에 걸친 로마의 역사를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로 건너 가 30여 년 동안 독학으로 로마의 역사를 공부한 아마추어 작가였다. 그녀는 15년에 걸쳐서 『로마인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저술하였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속도의 사회’에서 15권의 역사서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15권을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작가가 30여 년 동안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의 역사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도전적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15권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기술한 4권과 5권이었다. 로마가 세계국가로 성장하고 그 기반을 닦은 결정적 계기를 이룬 사람이 카이사르였다. 그는 7년 동안 군사적 원정으로 갈리아지방(오늘날 프랑스와 독일남부, 동유럽의 일부지역)을 제국의 영토로 편입하였고, 이를 계기로 세계제국의 기틀을 만들었다. 카이사르의 로마군은 어떻게 그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진 갈리아지방을 정복하였을까?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였듯이 그것은 카이사르의 ‘열린정신’이었다. 로마는 ‘열린정신’을 통해서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는 다민족 다문화성격의 천년 제국을 이루었지만 ‘열린정신’을 잃어버리고 정체되면서 서서히 역사에서 사라졌다. 『로마인 이야기』는 독선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던 나에게 ‘열린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