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강신석(중어중문학과 교수)

요아힘 바우어의 『공감의 심리학』과 제레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

– 거울뉴런의 신경생물학적 발현, 인성의 키워드 - 공감과 공명

현대인의 점증하는 게임중독, 왕따현상, 자살률, 사이코페스, 가정의 파괴 등의 병리적 현상은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가? 오늘날 문명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서 자살, 가정의 붕괴, 게임중독 등의 문제는 왜 발생하고 있는가? 치료의 방법은 과연 있는가?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역사는 언제나 현재를 과거에 비해 비관적 과제상황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베일에 가려진 미래를 희망으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운명을 낙관적으로 만들기 위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명석한 대응 방법론을 제시해줄 대가들의 이론을 환영해왔다. 토플러의 제 3의 물결이 그러했으며, 현 시점에서 피터드러거, 요하임 바우어, 제레미 리프킨 같은 석학들의 저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한 삶을 살아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불확성을 해결해줄 영웅을 대망하는 현실적 요청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봐야한다. 적어도 미래를 대비하는 인간은 생존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현명한 대처방법을 아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면 시대를 주도하며 행복한 삶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줄 지혜의 샘을 찾던 중, 감화를 받은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공감의 심리학 - 요아힘 바우어 -

공감의 시대 - 제레미 리프킨 -

우주의 물질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시공의 간(間)이라는 필연적 조건 속에 존재된 우주적 현상의 한가지이다. 인간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명체로서 출현하고 존재하고 진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물질계의 간극을 메우는 끈을 찾아내려는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간극의 문제는 차이로부터 발생한다. 이것은 단세포의 동일성의 무한반복으로부터 다세포라는 연합구조물을 선택함으로써 유전적 삶의 숙명적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동질성을 찾으려는 욕구, 즉 이질적 대상과의 연합능력은 인간의 조건을 뛰어넘는 인성의 발현이라는 추상적 개념화를 획득함으로써 고등한 생명체로의 도약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고립된 존재라는 조건을 해방시켜준 인성의 발현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저자들은 현대문명을 읽어내는 키워드로 네트워크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부터 현대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문제를 해결해줄 실마리를 ‘접속’이라는 키워드에서 찾고자 한다. 싸늘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오늘의 사회를 따뜻한 지속발전가능한 사회로 전환시켜야만 하는데, 이것은 상호 애정에 기반한 ‘접속’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접속을 가능하게 만드는 전제조건으로서 우선 물리현상으로서의 공명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학적 장치로서 거울뉴런의 존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공명은 음악에서 예컨대, 현악기인 기타 줄의 조율작용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6번 기타 줄의 5번째 플렛은 A음이다. 그 음을 치면 A음인 5번째 기타 줄이 같이 울리는 현상을 공명이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동작행위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웃음과 하품의 전염, 어른들이 아이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일 때 아이의 입을 벌리게 하기 위해 자신도 입을 벌리는 것, 어른의 웃음을 따라하는 해맑은 아이의 흉내 등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공명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공명작동의 원리는 인체 내 뇌 속에 동일한 정보를 감지하고 처리해낼 수 있는 거울뉴런 시스템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울뉴런은 근육운동을 관장하는 운동피질에 위치하며, 신경생물학적 공명현상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공명현상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부부 사이가 좋은 여성들에게 비디오로 그녀들의 남편에 고통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핵자기공명법을 통해 여성들의 뇌 활동을 관찰하면 여성들의 뇌에서 자신이 동일한 형태의 고통을 당할 때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공명은 일종의 강한 연대감, 일체감의 발현 즉 중독된 사랑인 것이다.

직감적인 예감이란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생길 수 있다. 가령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나쁜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인지하면 그것이 우리의 거울뉴런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공감의 심리학 - 32)

감정이입, 배려와 애정을 충분히 체험하지 못한 아이들은 거울 경험이 부족해 감정이입을 느끼고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신경생리학적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한다.(공감의 심리학 - 136)

삶의 비밀이란 인간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아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과 그리움을 나눌 수 있고 거울 반응으로 답해줄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발견하는데 있다.(공감의 심리학 - 190)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에서는 나비족의 하나의 생물권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공감 지각능력의 가능성을 시사한 예로 볼 수 있다. 포유류의 생명탄생은 자궁 속에서 탯줄이라는 접속으로부터 시작한다. 생후에는 품 속에서 주고받는 무한의 시선과 표정의 교감을 통해 안정감과 행복감 나아가 자존감을 인식하게 되고, 성인으로 자라서는 연인과 나누는 눈빛 교환을 통해 뜨거운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동물적 특성은 어린시절 영장류의 놀이활동과 털고르기라는 공감경로를 통해서도 갖게 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인간은 나아가 가족, 민족, 국가, 인류로의 공감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희망적 존재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인간 고유의 고등한 능력은 현재의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프킨은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저녁, 참호에서 서로 대립 중이던 프랑스군과 독일군은 캐롤을 같이 부르고 비스킷을 나누어 먹고, 부상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같이 묻어주며 우정을 나눴던 에피소드를 상기시켜 준다.

밀레니엄 세대는 인터넷과 함께 자란 사회적 네트워킹이 몸에 밴 세대로 사회적 공감능력이 우수한 생명체이다. 라마찬드란은 TED talks에서 신경과학에 속하는 모든 것이 곧 거울뉴런으로 규결될 것이라는 대담한 예언을 내놓았다. 거울뉴런의 실존을 밝힌 신경과학에서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도록 생물학적으로 배선되고, 다른 사람들과 깊이 관계 맺도록 진화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SQ사회지능라는 책에서도 공감경영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으며, 정신분석은 전통적인 과학방법을 공감과 결합시킨 점에서 중요시 되고 있고 공감적 과학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공감의 뿌리찾기 프로젝트, 공감개발교육프로그램 등은 성장과정에서 공감능력의 유무에 따른 의미 있는 지표를 도출해 내었고, 세계시민으로의 공감교육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현대인은 호모사피엔스로서 뇌의 용량을 확장시킨 이후 생물학적, 육체적 진화는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정지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호모하빌리스로서 도구의 사용능력은 아직도 계속되어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컴퓨터, 핸드폰 등의 개발과 보급은 도구와의 공동 진화를 꿈 꿀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인류를 시공간 속에서 확장된 마음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순기능 뿐만 아니라 역기능의 오류도 가져다 준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문명적 폐단은 인성의 회복을 통해 얼마든지 회복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진보의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다. 신경학적 관점에서도 거울뉴런을 통해 우주적 대상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대화를 시도할 때, 하나의 생물권 의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엔트로피로 인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공동의 생물권에서의 공진화로의 희망의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문명의 긍정적 혜택은 인터넷 검색엔진, 클라우드 컴퓨터, 빅데이터, 페이스북, 구글, 위키피디아 등 다양한 SNS의 활용 속에서 집단지성이 이루어갈 정보의 공유를 통해 무한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진보의 낙관적 노정은 공감과 공명의 장이라는 전제조건 속에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사회에서 사람간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회에서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 외면당한 경험을 하고 나면 생물학적 자기파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사회로 인해 병들거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상실하면 자살을 유발하는 인자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병리적 현상에 대한 진단과 사랑에 바탕을 둔 공감, 공명이라는 처방을 적용한다면, 서두에서 제기한 문제들은 치료 가능하지 않을까? 끝으로 독자는 모든 물질계가 그렇듯 인간은 필연적으로 관계망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면 인간과 인간 간,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우주적 관계와의 네트워크 속에서 공명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자신도 지키고 생태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두 책에서 제시한 ‘공명’과 ‘공감’을 공감할 수 있는 열독의 유익을 통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